인간은 대략 40만 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코를 갖고 있다. 엄마의 배 속에 있는 5개월 된 태아도 양수에 녹아 있는 엄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은 최대 4000배나 차이가 난다.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만 있는 게 아니라 냄새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는 ‘후맹(嗅盲)’도 있다.
아무리 냄새를 잘 맡는 사람도 냄새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또 어떤 화학적 성분이 어떤 냄새를 낼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후각을 느끼는 데 관련된 뇌는 언어중추가 포함된 좌측 대뇌와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몸으로 냄새를 느끼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어릴 때 엄마가 담근 김치가 푹 익었을 때 나던 냄새”라거나 “길을 잃었을 때 길가에서 풍겨오던 아카시아 향기” 등과 같은 표현을 즐겨 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서 설명하는 셈이다.
향수 제조회사들은 이런 점을 활용한다. 조향사(調香師)인 LG생활건강 센베리퍼퓸하우스 김병현 향료연구소장은 “단기 기억에 저장되는 시각과 달리 향기는 인간의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다”며 “향수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중에게 특정한 기억을 불러오는 냄새를 의도적으로 조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닐라향은 엄마의 모유 냄새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엄마에 대한 향수(鄕愁)가 생겨 샤넬의 ‘알뤼르’, 랑콤의 ‘이프노즈’나 캘빈클라인의 ‘업세션’ 향수를 고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아이스크림 매출의 50%가량을 바닐라향 아이스크림이 차지하는 이유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자랐다면 겐조의 ‘로파르겐조’나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질샌더의 ‘퓨어’ 등과 같은 제품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국내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런 향수들은 시원하고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학창 시절에는 싫어하던 캘빈클라인의 ‘CK BE’, 카사렐의 ‘노아’, 이브생로랑의 ‘시네마’를 성인이 된 뒤에는 갑자기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향수들에 들어간 우디나 머스크향이 이성을 매혹하는 성 호르몬인 페로몬을 떠올리도록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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